강원도 평창 오대산의 상원사와 월정사는 천년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매해 수많은 이들이 자연과 전설, 고요한 마음의 쉼터를 찾아 방문합니다. 오대산 숲길을 따라 이어진 두 사찰은 각기 다른 창건설화와 유물, 풍경을 품고 있어 머무는 순간마다 색다른 감동을 전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사찰의 유래와 매력, 여행 팁과 주변 명소까지 꼼꼼히 소개합니다.
상원사, 천년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
상원사는 해발 1,400m 고지에 자리해 ‘하늘에 닿은 사찰’이라 불립니다. 신라 성덕왕 6년(707)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오랜 세월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수차례 중수되었습니다.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문수보살의 영험을 느껴 법당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상원사는 과거에도 왕실에서 불사를 지원 해 번성했고, 조선 후기까지 불교 교학과 참선이 함께 이루어진 학문의 중심지로도 알려졌습니다.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입니다. 천년을 견뎌온 종소리는 은은하고 깊습니다. 종 표면에는 고승과 여러 신중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으며, 고려 불교 조형미의 결정체로 평가받습니다. 사계절 색다른 풍경이 펼쳐져 봄의 신록, 여름의 청량한 숲,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꽃이 어우러져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봄이면 신록이 기와에 내려앉고, 여름에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며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절을 둘러싸고, 겨울에는 설경 속 적막한 법당이 마치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듯한 고요를 선사합니다.
월정사, 달빛이 머무는 절의 전설
상원사에서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오대산의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사찰, 월정사가 나옵니다. 통일신라 자장율사가 643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고 돌아오던 길에 문수보살의 계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꿈에 나타난 문수보살이 “이 터에 불법을 전하라”고 해, 달빛 비치는 자리에 법당을 세우고 ‘달이 머무는 절’이라는 뜻으로 월정사라 이름 붙였다는 창건설화가 전해집니다.
경내 중심에는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이 서 있습니다. 통일신라 석탑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습니다. 대웅전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졌다는 전설이 있으며, 자장율사가 열반 후 오색 빛이 피어나 승천했다는 이야기도 내려옵니다. 전나무 숲길은 약 1km에 이르러, 수백 년 된 전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숲길을 걷는 동안 계곡물소리와 은은한 달빛이 어우러져 고요함에 빠져들게 합니다.
주변에 함께 둘러볼 명소와 여행 팁
오대산 일대는 사찰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과 관광 명소가 많습니다. 상원사와 월정사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쉬운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오대산 자연관찰로
월정사 일주문 앞에서 시작하는 이 산책로는 숲과 계곡이 함께 어우러진 평탄한 길로, 어린이와 어르신 모두 걷기 좋습니다. 봄·가을엔 전나무 숲의 색감이 아름답습니다.
대관령 양떼목장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목장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초여름엔 파릇한 초원이, 가을엔 억새밭이, 겨울엔 설국이 펼쳐집니다. 양에게 건초를 먹이며 사진을 남겨보세요.
진부 전통시장
평창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장입니다. 메밀전병, 감자떡, 황태구이가 특히 유명하며,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평창 송어축제
겨울철에 열리는 송어축제에선 얼음낚시와 맨손 잡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송어회도 맛볼 수 있어 여행에 색다른 재미를 더합니다.
평창 올림픽플라자
2018 동계올림픽의 역사와 체험을 담은 공간입니다. 전시관과 야외 조형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습니다.
오대산 박물관
오대산의 자연과 불교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사찰 방문 전후에 들르면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여행 팁으로는 사계절 중 봄과 가을을 추천합니다. 봄에는 산벚꽃과 신록이 아름답고, 가을에는 단풍이 숲을 붉게 물들입니다. 여름에는 숲이 시원해 피서지로 좋으며, 겨울엔 눈꽃이 절경을 만듭니다. 사찰 참배 시 합장과 목례로 예를 표하고, 사진 촬영은 플래시를 끄고 조용히 진행해 주세요. 템플스테이를 예약하면 명상과 발우공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대산 상원사와 월정사는 천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고요한 공간입니다. 전설과 역사를 품은 풍경 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맑아지고, 여행이 아닌 수행의 길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번 여행에서 특별한 울림과 오래 남을 감동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