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깊은 숲, 오대산에는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두 고찰이 있습니다. 상원사와 월정사는 각각 다른 유래와 풍경을 지닌 채 방문객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줍니다. 전나무 숲길과 청량한 공기 속을 걸으며 만나는 이 사찰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긴 시처럼 고요한 울림을 전합니다.
상원사 – 하늘에 닿은 고찰의 종소리
오대산 정상 가까이, 해발 1,400m의 고지에 위치한 상원사는 ‘하늘 가까운 사찰’로 불립니다. 신라 성덕왕 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문수보살의 계시로 지어진 성지로 여겨집니다. 왕실과 불교 수행의 중심지로서 오랜 세월 번창해 왔으며, 깊은 산속 고즈넉함이 일상의 번잡함을 조용히 잊게 만듭니다.
특히 상원사에는 국보 제36호인 ‘상원사 동종’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천년을 넘긴 이 종은 깊고도 은은한 소리로 사방을 울리고, 고승의 모습이 섬세하게 새겨진 종신은 고려시대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계절마다 다른 빛을 담는 상원사의 모습은 봄에는 연한 신록으로,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으로, 겨울엔 설경으로 마음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월정사 – 달빛이 머무는 숲속 사찰
상원사에서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부드러운 달빛처럼 따스한 분위기의 월정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고 돌아와 문수보살의 계시를 받아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달이 머무는 절’이라는 이름도 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월정사의 중심에는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이 자리합니다. 통일신라 석탑의 조형미를 대표하는 이 탑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참배객들은 탑을 돌며 조용히 소원을 빌곤 합니다. 경내를 따라 이어진 전나무 숲길은 약 1km로, 수십 년 된 전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자라 있고, 그 아래를 걷는 이들에게 맑은 기운을 선물합니다. 달빛, 바람, 나무, 물소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상입니다.
함께 둘러볼 주변 명소와 여행 팁
오대산 자연관찰로
월정사 일주문 앞에서 시작되는 이 산책로는 평탄한 길로 누구나 걷기 좋아, 사찰 방문 전후의 여유로운 산책 코스로 제격입니다.
대관령 양떼목장
차로 약 30분 거리로, 사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양에게 먹이를 주며 아이들과 사진도 남겨보세요.
진부 전통시장
메밀전병, 감자떡, 황태구이 등 평창 특산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지역의 활기찬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평창 송어축제
겨울에 열리는 송어 축제에서는 얼음낚시와 송어 회 맛보기 등 이색 체험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오대산 박물관
오대산의 자연과 불교 유산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전시관입니다. 사찰 탐방 전후에 들러보면 더욱 뜻깊습니다.
여행 팁과 계절별 추천
오대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봄과 가을이 특히 좋습니다. 봄엔 산벚꽃과 신록이 아름답고, 가을엔 단풍이 절정입니다. 여름엔 전나무 숲이 그늘을 드리워 더위를 피하기 좋고, 겨울엔 하얀 설경이 펼쳐져 사진 찍기 좋은 시기입니다.
사찰 방문 시에는 조용한 태도로 예를 표하고, 템플스테이를 이용하면 명상과 발우공양 등 사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플래시 없이, 조용히 담는 것이 예의입니다.
결론 – 천 년 숲길에서 만나는 마음의 쉼표
오대산의 상원사와 월정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천천히 걷고 깊이 들여다볼수록 진한 울림을 전해주는 곳입니다. 숲길을 따라 고찰을 거닐다 보면, 마음 한편이 말갛게 씻겨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여행이 아닌 수행처럼, 풍경이 아닌 사유처럼. 이번 오대산 여행이 청춘님의 일상에 오래 남을 여운이 되기를 바랍니다.